언어와 사고의 관계를 배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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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수의 영어 공부]

언어와 사고의 관계를 배우다

 


 영어 공부를 본격적으로 할 때 많은 도움이 된 것들이 또 있다. 언어와 사고의 관계, 언어의 심리적, 사회적 요소, 언어의 중의성(重義性:ambiguity)과 모호성(vagueness),어휘의 사전적 의미/외연(denotation)과 함축적 의미/내연(connotation), 대화 중의 redundancy 들이다.

 

 

 언어와 사고는 뗄레야 뗄 수 없는 밀접한 상관 관계를 가지고 있다. 
”언어가 먼저인가 또는 사고가 먼저인가?”
“언어가 사고에 미치는 영향이 큰가, 사고가 언어에 미치는 영향이 큰가?”
담당 교수님은 언어와 사고는 분리할 수 없는 성질의 것들이며 상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결론을 내리셨다. 나아가서 언어와 문화 역시 밀접한 상관 관계를 가지고 있다고 덧붙이셨다.

 

 

 내가 중·고등학교 다닐 때만 해도 제 2외국어 과목은 일제 잔재의 영향으로 독일어 일색이었다. 그런데 내가 고1때 교육부에서는 불어를 장려하기 위한 정책을 펴기 시작했다. 이 당시 우리 학교는 독일어·불어를 동시에 공부하도록 하는 시범 학교로 지정되어, 나는 1년간 독일어와 불어를 동시에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고2때부터는 두 언어 중 하나를 선택하여 대입 준비를 하게 되었는데 당시 두 과목을 놓고 저울질 하다가 대다수의 친구들이 그랬듯 독일어를 선택했다. 그래서 독일어로 대입을 치뤘는데 대학에 들어가서는 독일어 대신 불어가 하고 싶어져 교양 과목으로 불어를 공부했다.

 

 

 같은 서구 언어들인 영어, 불어, 독일어를 공부해 보니, 이 언어들과 영·미인, 프랑스인, 독일인들의 사고 방식 및 문화, 국민성 등을 비교해 볼 수 있었다. 이 언어들의 리듬, 강세, 어조 등을 비교해 보니, 각각의 언어들과 이 언어들을 사용하는 국민들의 사고 방식 및 가치관, 정서, 라이프 스타일 등 문화와 국민성 등의 차이점들이 뚜렷이 구별되는 것을 나는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한 영문학 교수님이 말씀하셨듯 운(rhyme)같은 음악적인 요소가 요구되는 시에는 영어가, 부드러운 이야기체의 산문적인 요소가 요구되는 소설에는 불어가 가장 적합하다고 느껴진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닌 듯 싶었다.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는 시간과 장소에 따라 달라지는 심리적, 사회적 요소를 갖는다.
예를 들어 한 부부가 있다고 하자. 이 부부의 대화의 내용 및 격식(formality)은 시간과 장소에 따라 영향을 받는다. 예의를 갖추어야 하는 연회나 교회, 정치 모임, 장례식 같은 공식적인 자리에서 주고 받는 대화의 내용 및 격식은 formal하게 된다. 이런 현상은 이들 부부가 유명 인사(celebrity)의 경우 더욱 두드러진다. 자녀들과 대화를 나눌 경우, 타인들과 함께 있을 때와 자신들의 집에서 가족끼리만 있을 때에는 다소 차이가 있게 마련이다. 아무래도 가족들과 함께 있을 때보다는 타인들과 함께 있을 때에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에 심리적으로 보다 formal한 언어를 구사하게 된다.

 

 

 또한 언어는 중의성과 모호성을 가지고 있다. 수학이나 과학과 같이 명확하게 정답이 하나 밖에 없는 것이 아니라, 두 가지 이상의 의미를 갖거나  '해석상' 불분명한 경우가 많은 것이다.

 우리가 언어를 구사할 때에는 상식이나 논리, 객관성 등에 기본을 두지만 상식이나 논리, 객관성이라는 것들이 개개인에 따라 달리 해석되는 경우가 심심치않게 있다.

그 가장 큰 이유는 개개인의 경험이나 지식 등이 다름에 따라 생기기 마련인 언어의 융통성(flexibility) 때문이다. 언어를 도구로 사용하는 문학 작품의 경우 현실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개연성(probability)을 다루는데, 개개인마다 체험이나 지식, 상상력, 창의력, 사고 방식 등에 차이가 있으므로, 사람마다 작가가 구사한 언어의 의미를 받아 들이는데 차이를 보이게 마련인 것이다.

 

 

 언어의 의미에는 본래의 사전적 의미(외연: denotation)와 이러한 사전적 의미에 개인의 경험이나 지식이 추가된 의미, 또는 긍정적이거나 부정적 의미가 추가된 의미인 함축, 내포적 의미(내연: connotation)가 있다.

 

 개인의 경험이나 지식이 추가된 의미를 가진 경우, 국화라는 꽃을 예로 들어보면 사전이 정의하는 의미(denotation)는 ‘엉거시과 국화속의 식물’이다. 그러나 보통 사람들은 국화를 본 경험에 의해 국화라는 꽃은 ‘가을에 피는 보통 하얗거나 노란 예쁜 꽃’이라는 함축, 내포적 의미(connotation)의 생각을 떠올리게 된다. 그리고 고 서정주 시인에게 국화는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라는 영감을 떠오르게 한 connotation을 가지고 있다.

 

 긍정적이거나 부정적 의미가 추가된 경우를 예로 들어보면, player라는 단어는 본래 운동 선수, 악기 연주자란 사전적 의미로 주로 쓰이지만 cheater(바람둥이)라는 부정적 의미가 추가된 내포적 의미로 쓰이기도 한다.

 

 

 대화 중의 ‘남은 소리’(redundancy)란 우리가 상대방과 대화를 할 때 흔히 일어나는 인간의 대화 행태들 중 하나이다. 내가 상대방이 하는 말을 주의 깊게 들을 때라 하더라도, 상대방이 말을 할 때마다 그때 그때 동시에 상대방의 말을 듣는 것이 아니라, 이미 하고 난 말을 듣는 다는 것이다. 즉 상대방의 말을 한 박자씩 늦게 듣고 이해한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우리는 상대방이 말을 하는 동안 중요하거나 어려운 내용이 아니면 주의 깊게 듣지 않거나 다른 생각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귀로는 상대방의 말을 듣고 있지만 머리로는 상대방의 말이 끝나면 무슨 말을 할 것인가 준비하기도 하고, 아예 딴 생각을 하기도 한다. 그래도 대화를 계속할 수 있는 것은 내가 주의 깊게 듣지 않았어도 상대방의 말이 끝난 후 redundancy 즉 ‘여운’이 남아 그 여운으로 상대방이 한 말을 상당 부분 따라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모국어의 경우 중요하거나 어려운 내용이 아닌 경우 우리는 흔히 상대방이 말을 하는 동안 50% 이상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딴 생각을 한다고 한다. 그래도 redundancy 덕분에 서로 대화하는 데 큰 지장이 없다.

 

 

 외국어인 영어의 경우에는 모국어보다는 훨씬 상대방의 말에 집중해야 하지만, 상대가 전문적인 용어를 사용하여 어려운 내용을 말하지 않는다면 100%집중하지 않아도 (100% 집중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지만), 핵심적인 단어(key word)들을 알아들을 수 있으면 상대가 하는 말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상대방이 남긴 redundancy 덕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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